결혼식 혼수로 무려 600만 원 짜리 명품 양복을 신랑에게 선물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충격부터 받는다. 얼마나 한 뜸 한 뜸 정성스레 만들었길래 양복 한 벌에 수백만 원이나 받을까. 또 그런 값비싼 양복은 누가 입고 다닐까. 

충격과 호기심이 함께 생기게 하는 그 놀라운 명품의 브랜드는 에르메네질도 제냐(Ermenegildo Zegna)다. 명품.패션에 무관심한 이들에겐 이름을 외우기조차 힘들다. 다른 브랜드에 비해 발음해야 할 음절이 많고, 명칭의 뜻이나 이미지가 썩 와닿지 않는다. 그런데도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펄펄 살아 숨쉰다. 돈을 많이 벌어 재계의 명문대가로 꼽히는 부자와 그 아들들이 좋아한다. 명성이 자자한 설렙(celeb)들도 예외가 아니다.

 
 
에르메네질도 제냐 양복의 제조과정과 관련한 데이터를 접할 때마다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. 세계 최고의 이 명품 양복은 모두 180조각의 천으로 이뤄진다. 웃옷 110조각, 바지 70조각이라고 한다. 부품도 140가지에 달한다. 한 벌을 완성하기 위해 재봉,다림질 등 180가지 공정을 거친다. 천 조각과 제조공정의  숫자가 180으로 일치하는 것은 단순 마케팅 차원일 수도 있지만, 소비자의 놀라움을 한층 더하는 효과를 발휘한다. 분류에 따라 통계에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. 그러나 에르메네질도 제냐의 놀라운 제조공정의 이미지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다. 이 명품 양복은 기계로 불티나게 찍어내는 대량 복제품이 결코 아니다. 전세계 최상류층으로부터 주문을 받으면 디자이너 130명이 달라붙는다고 한다. 유구하고 찬란한 이탈리아의 장인정신이 오롯이 옷에 스며들지 않을 수 없다.  그래서 남들이 흉내내기 힘든 '수퍼 명품'의 반열에 올라와 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. 

이런 전설적인 명성에 걸맞게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세계 최고급 남성복 시장의 30% 안팎을 장악하고 있다. 영화 '패밀리맨' 속에 등장한 에르메네질도 제냐 양복은 영화의 품격도 높이고, 주인공 니콜라스 게이지의 이미지도 높였다. 

철두철미한 장인정신의 상징으로 통하는 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최대 경쟁자로는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꼽힌다. 이 두 명품 브랜드는 남성복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데 손색이 없다. 에르메네질도 제냐는 매년 50만 벌의 신사복과 셔츠를 내놓는다. 또 200만 미터의 원단을 만들어 구찌, 아르마니, 베르사체, 휴고보스 등 명품 브랜드에 공급한다. 

원단을 직접 만들어 명품 양복을 완성하는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이른바 '수직통합시스템'은 다른 브랜드들이 넘보기 힘든 '수퍼 명품'의 아성이다. 에르메네질도 제냐가 매년 250만 개의 넥타이를 제조한다는 통계도 빠뜨릴 수 없다. 에르메네질도 제냐의 신사복은 '명품이란 무엇인가'라는 물음에 가장 감동적으로 답한다.

 


posted by A&Z